감성 충전/Movie
[영화] 비오는날.. 더디게 이별로가다. 사랑한다.사랑하지않는다.
생각한줌
2011. 3. 8. 12:25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저기… 나, 나갈거야 난, 괜찮아… - 네이트 영화 '사랑한다.사랑하지않는다.' 시놉시스중에서' - |
이런 류의 영화..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지라 지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이런 잔잔하게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는 영화가 요즘들어 부쩍 좋아진 까닭에
친구와 재미있게 보았다.
무미 건조하고 간단하게 건낸 이별의 한마디...
"마음 정했어. 자기하고 헤어지기로...."
"다시 생각볼순 없는 건가...?"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그..
관객으로써는 이별을 이야기하는 여자나.. 이별을 받아들이는 남자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여자가 짐을 싸는 날..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그것도 온종일...
그렇게 둘의 헤어짐을 천천히 준비한다.
5년의 습관과 기억은 몸속에 베어있어서 짐을 싸는 세시간동안 고스란히 묻어난다.
비가 들이치는 창문을 여전히 닫을줄 모르는 여자와 다시 요령을 설명해주는 남자.
가루세제는 잘 안풀리니까 다음엔 꼭 액체세제를 사야겠다는 여자..
곧 헤어질 사람들이라고 하기엔 꼭 계속 함께할 것처럼 ..
일상 이야기를 주고 받는 남자와 여자..
남자는 말없이.. 담담하게 그녀를 돕는다.
화라도 내면 차라리 미워할수 있겠는데..
여전히 커피를 타주고, 여전히 도울게 없냐고 묻는..
그를 보면서 여자는 답답하다.
"자기 참 나이스해 바람난와이프 짐싸는거 도와주고 왜 나한테 화내지 않는거지?"
라면서 여자는.. 미워할수 없는 남자를 향해 분노를 드러내기도 한다.
미워할수도 없게.. 미안해질수밖에 없게... 자신을 묵묵히 돕는 그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짐을 싸는 내내 내리는 비는 이 여자와 남자의 마음을 대신한다..
짐을 싸는 중 그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나오며 잠시 둘은 묘한 감정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은 이별중... 이제 곧 헤어진다는 것이 어느 순간 감정의 벽처럼 가로막는다.
여자가 출판하기 위해 열심히 메모를 하며 함께 만들어 먹었던 파스타 책과
남자가 여자를 위해 만들어 주었던 목각인형..
"버릴껀 미련없이 버렸어야 했는데..."
남자는 괜찮은듯 하면서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며 이별에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
고양이 한마리가 들어오면서 찾느라 소동이 벌어지고
너무 많이 내리는 비탓에 다리마저 잠기게 된다.
시내 레스토랑에서 나이스한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지고자 했던
그들의 이별은 하루더 미뤄진 셈이다.
그녀는 숨어있던 고양이가 나와 차려놓은 통조림을 먹는 걸 보며 나즈막히 이야기한다.
남자가 그녀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
"괜찮아.. 괜찮아질꺼야..."
그녀를 위로하는 건지...그를 위로하는건지...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남자는 그녀를 사랑해서 보내주는지 사랑하지 않아서 보내주는지...
울고 불고.. 헤어지네 마네 싸우는 여느 이별보다 담담한 그들의 이별..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을까...
비가 오는 날 보았다면
더 좋았을 영화...
어느 비오는날.. 한번쯤 더 보아도 좋을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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