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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충전/Movie

[영화] 햇빛을 꿈꾸었던 이끼 - 이끼

이끼
감독 강우석 (2010 / 한국)
출연 정재영,박해일,유준상,유선,허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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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일까봐 겁먹었었는데 생각보다 스릴있고 재미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아 선입견이 없었던 덕일까요..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스토리도 좋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영화 내용의 스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끼
[명사]<식물>선태식물 지의류에 속하는 은화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대체로 잎과 줄기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고 고목이나 바위, 습지에서 자란다. ≒녹전1(綠錢), 매태(苔).

 



#1.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



 유목형(허준호)는 실패했습니다. 그들이 의기투합하여 꿈꾸었던 율도국은 천용덕(정재영)만의 제왕적 왕국으로 타락해버렸습니다. 천용덕의 왕국에서 유목형은 단지 허울뿐인 명분에 지나지 않았고 마을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버렸습니다. 그가 지켜주고자 했던 소녀 이영지(유선)은 왕국의 성노리개로 전락하였고, 그의 부인의 사망소식은 전화로 확인해야 했고, 아들도 그를 멀리하여, 가정도 실패했습니다.

 천용덕은 그의 말대로 마을의 시작이자 끝이었습니다. 그는 살인,강간,방화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새 삶을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말했던것, 그 범죄자들이 꿈꾸었던 것과는 달리 새 삶이란건 단지 천용덕의 심복이 되는 것 뿐이었습니다. 새롭게 태어나고자 했던 의지는 여자와 육식, 술을 금지하는 것에 무너졌고, 끝내 쑥과 마늘을 먹다 못해 뛰쳐나가 짐승으로 살았던 호랑이와 다를바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천용덕은 그들의 무너진 의지를 이용하여 마을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그의 집처럼 높고 철옹성같은 그만의 왕국을 건설했습니다. 모든 정보통을 이용하였고 견고하고 무너질꺼 같지 않은 이끼들만의 성을 건설한 것입니다.

 초반에 그들이 꿈꾸는 이데아는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유목형이 이상이었다면 천용덕은 현실이라고 생각할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현실은 늘 달콤한 유혹과 쓰디쓴 의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 같습니다. 천용덕은 그런의미에서 달콤한 유혹이었죠. 그들의 무력한 의지를 이용해서 맛본 권력의 달콤함, 그 달콤한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애쓰다보면 어느순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많이 선을 넘어왔다는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빼앗기지 않기위해 지켜야하고 지키기위해 더 추악해지고 그렇게 선을 넘어가게 된 것이겠지요. 돌이킬 수 없을 만큼...말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조지오웰의 '동물농장'과 비슷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동물농장에서 동물들은 인간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참다 못해 나태한 인간을 공격하며 반란을 일으킵니다. 그 중심에는 스노볼과 나폴레옹이라는 두 돼지가 있었습니다. 두 돼지는 대립하게 되고 스노볼은 나폴레옹이 씌워준 억울한 누명과 폭력으로 쫓겨나고 맙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일당독재체제를 건설하게 되지요. 결국 부패할때로 부패해버린 동물농장에서 이전과 다를바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들도 그랬습니다. 살인을 눈감고 혹은 천용덕의 지시대로 살인을 저지르며 천용덕의 심복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2. 반성하지 않는 죄에 대한 응징


 천용덕의 심복이 된 그들은, 유해국(박해일)의 뜻과는 상관없이
 유해국을 둘러싸고 하나씩 죽음을 맞게 됩니다.
 나는 이것이 애초에 그들이 뉘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무관하게 갱생의 기회를 준 것에 대한 응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인,강간,방화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천용덕이 준 갱생 카드를 덥썩물어 그들은 그 죄값을 다 치루지 않고 마을로 왔습니다.
 뉘우침이 없는 자들에게 깨우침부터 주려고 했던 거지요

  "우리가 그렇게 이상해 보이냐?" 
 산속에서 피해자에게 총을 쏘아서 죽였던 김상호(전석만)는 유해국(박해일)을 가장 먼저 처치해버리고자 합니다. 유해국을 죽이기 위해 도망가는 해국을 쫓아 산으로 들어갔고 잘못해서 발을 디뎌 산 속에서 굴러떨어져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가 행했던 살인이 그러했죠. 산속으로 가는 자에게 사냥을 나가 총을 겨누어 저질렀던 살인. 그도 산속에서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상호의 죽음에 분개하는 김준배(하성규)는 사창가 창녀들을 가둔채 방화를 저질러 죽였던 범죄를 저질렀던 자였습니다. 그는 해국에게 모든걸 털어놓을테니 집으로 오라고 한 뒤, 집에 묶어 불을 질러 죽여버리고자 합니다. 그러다가 영지가 와서 유해국을 풀어주었고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지키고자 불 속으로 뛰어들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보쇼! 수사반장 찍으쇼?"
  천용덕의 지시대로 사람을 감시하고 죽였던 김덕천(유해진)은 역시나 천용덕이장의 지시대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유해국을 찾아가 죽은 사실을 겁에 질려 털어놓는 장면은 영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데, 그를 지켜보았던 천용덕은 덕천을 개울가로 불러서 죽여버립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이 행했던 범죄대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천용덕 회장도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되니까요.
 인과응보라는 말처럼 그들은 그들이 행했던 범죄 그대로의 죗값을 치루며 죽어나가죠.


 

#3. 해국은 성공했고 해국은 실패했다.


 영화의 마지막, 유해국이 다시 마을을 찾았을 때, 천용덕이 살던 가장 윗 집. 그곳에 영지가 서있습니다.
 초반에 마을은 유목형이 관리하고자 했고
 오래도록 천용덕이 군림했던 그 마을의 그 꼭대기에
 영지가 서 있습니다.

 "유해국씨죠?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네?"
 "오셔야죠.."

 자신에게 걸려왔던 전화 한 통이 바로 영지에게서 걸려왔던 것임을  해국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영지의 미소에.. 나 역시도 해국처럼 모든것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진실을 알 수 있도록 그녀는 해국을 도왔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영화에서 유추했던 내가 믿었던 진실은 무너진 것 같았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그녀는 어디까지, 아니 어디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요?

 누가 유목형을 죽었는가? 라는 질문부터 신도들은 누가 죽었느냐는 질문까지
 영화초반으로 돌아온 듯 다시 묻고 있었습니다

 해결되었다 싶은 사건이 
 다시 미궁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원작을 보지 않아 원작 결말과는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원작과 결말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영화 초반.. 햇빛을 싫어하고 습한곳을 좋아하며
 풀도 나무도 꽃도 아닌 이끼는 
 천용덕과 죄수들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영화대로의 결말이라면
 바위에 들러붙어 살아가는 이끼는
 해국을 철저하게 이용했던 영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벼운 도둑은 겉을 빼앗지만, 진짜 악마는 마음을 훔친다 아이가" 

 어쩌면 이 대사는 생각보다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아.. 시간이 되면 원작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