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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들/Korea

[강릉] 할로윈 청량리!! 노벰버 정동진!! - 1. 청량리역의 성북동 비둘기


-내일 모해??
-응? 나 별거 안해?
-그럼.. 우리 내일 해보러 가는거 어때?
-오~! 좋아 갈까??

11월 1일의 뜬금없는 일출을 보러가는 여행은 시작부터 이렇게 뜬금없었다.
굳이 생각해서 의미를 붙이자면..
할로윈 정동진이란 이름이 그럴싸했고
11월1일이니 1일 세개나 있어 뭐 나름 새해기분이 비슷하게(?) 난다고도 생각했다.

어찌 되었건 하루만에 속성으로 여행갈 곳을 알아보았고...
밤 10시.. 청량리역에서 즉흥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청량리역. 새로워지다? 낯설어지다!]

오랜만에 향하는 청량리역.
나는 갓 상경한 할머니마냥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변하다니...
맙소사.. 청량리역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왠지 모를 낯설음이 밀려들었다.

놀라움보단 서러움이 밀려들었다.

그렇게 맛있지 않았지만
끼니를 채우고 출발하려고 먹던 역내에 분식집을 갔던게 불과 1년전이었는데..
그래서 그 때만 해도 청량리역에 가면
무언가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에 젖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그러한 자리에는 이제 어느 곳에서나 맛볼 수 있는것을 편리하게 제공하는 편의점과
바가지가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롯데마트,
자판기커피등을 사지 않아도 되는 유명 브랜드의 커피집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함께 가기로 했던 한 살 어린 동생도 나와 비슷한 낯설음을 함께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이미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요즘 새내기 대학생들에게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 일테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거기다 편리하기까지 한 공간일테지만,
그 어느 것도 추억할 공간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서글픈 일이다.

이제 더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춘천역,
그리고 새옷을 갈아입거나 사라진다는 강촌역과 대성리역 등등도 마찬가지겠지...라고 생각하니 더욱 서글퍼졌다.
마치 성북동 비둘기에 나오는 비둘기가 된 거 같은 기분???이랄까?

이런 식으로 가다간..
몇 년이내에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은 어느 것도 남아있지 않겠다고 느껴졌다.
어느 장소에 가면 그 장소에서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추억 속 장소는 추억으로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가 더이상 추억하지 않으면 잊혀지는 공간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문득 두려워졌다.

글쎄 나는 모르겠다.
청량리역과 엠티..를 추억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넉넉하지 않았던 학생시절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갔던 기억 때문인거 같은데.
입석 자리를 타고 가면서도
끼어 서서 가느라 앉지도 눕지도 못하며 가면서도
웃을 수 있기 때문이었던 듯 한데 ...

나 지금 마치 dos를 찬양하고 windows를 배척하는
어느 구시대적 컴퓨터 전문가마냥 말하고 있는것일까?

10월의 마지막 밤 ..
낯설은 청량리역에서 나는 온갖 낯설음을
동행한 동생과 수다스럽게 이야기하며... 풀고 있었다.